2020.1.26 ~ 2020.2.4
끝나지 않을것만 같던 3년간의 고등학교 수험생활을 끝내고
아빠가 계획한 하와이로의 가족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물론 작년 이 맘때에도 오키나와를 놀러갔다오는 등 잘 놀러다니기는 했다..!)
그래도 원하는 대학에도 합격했고 모든게 마무리된 이 시기에
새로운 출발, 새로운 도전의 해가 될 2020년을 맞이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하와이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어수선한 인천공항을 뒤로하고
7시간의 비행 끝에 태평양을 건너 호놀룰루에 도착했다.
호놀룰루 공항에서 입국심사를 한후, 국내선 터미널로 이동
하와이안 로컬 항공편으로 하와이 군도에서 가장 큰 섬인
빅아일랜드에 있는 코나(Kona) 공항까지 곧바로 날아갔다.
환승을 기다리는 도중 점심시간이 겹쳐
게이트 근처에 있는 피자가게(TORN BASIL PIZZA)에서 점심을 해결했는데
파인애플이 들어간 하와이안 피자는 없었다고 한다?!
DAY 1.
렌트카를 빌려 에어비앤비로 예약한 집에 무사히 도착.
학교 졸업 후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나는 장시간의 비행 후에도
체력이 남아있었고 지친 가족들을 보채어
일몰이라도 보러나가자며 무작정 차를 끌고
코나의 해안가를 찾았다.
해가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뉘엿뉘엿 지고 있었고
사람들은 해변에 의자를 펴놓고 책을 읽거나 이야기를 나누고
맥주한캔을 하며 하와이의 일몰과 하나되어 있었다.
내가 "하와이" 라는 단어를 생각했을 때 든 그 생각그대로 였고
정말 바쁘고 지치는 몇년을 보낸 나에게 남아있던
힘듦과 피로가 모두 씻겨져내려나가는 느낌이었다.
해가 지고 나서는 숙소에 있던 BBQ 그릴이 생각나
월마트에서 소고기와 소시지 그리고 즉석조리식품을 사가서
작은 바비큐 파티를 했다.
하와이에서 현지 생산된 맥주 한 잔
20살이 된지 한달 남짓 부모님과 술을 마시게 되니
감회가 남달랐다.
물론 내 동생은 술을 마시는 내가 어색하다고 웃었지만 말이다...ㅎ
DAY 2.
수영장까지 딸린 이렇게 멋진 집에서 하루만 머무루는 것이 아쉽지만
봐야할 것이 많으므로 아침일찍 집을 나선다.
우리의 첫 행선지는 코나커피 농장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인 코나 커피를 재배하는 농장이다.
바다가 보이는 뷰가 멋진 카페에서 커피도 시음하고
커피를 기반으로 만든 초콜릿도 먹어본다.
엄마와 나는 커피가 맛있어서 무려 3잔이나 마셨고 결국 농장을 떠날때
갈아먹자며 커피콩을 사가게 되었다.
(아직 커피콩은 집에 고이 모셔져 있다;;)
뒤이어 이어진 농장 투어
(시음과 투어 모두 무료로 진행된다!)
커피의 생산과정부터 어떻게 재배하는지
그리고 코나의 어떤 기후와 지질할적인 원인이
세계 3대 커피중 하나인 코나커피를 만들게 하는지 등등...
자부심 가득한 농장 매니저의 설명이 쉼없이 이어진다.
고등학교때는 커피를 그저 카페인 보충의 수단으로만 사용했는데
커피농장에서의 투어로 커피에 대한 애호가가 된 듯한 느낌이였고
누가 물어봐도 뒤지지 않을 지식을 가지게 되었다.
Thanks to 1시간 넘게 쉬지않고 이야기해준 농장매니저..!
점심은 카일루아 베이 에메랄드 빛 바다가 바로 옆에 보이는
작은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치즈버거와 치킨 클럽샌드위치, 그리고 코나 생맥주로
출출했던 배를 채운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해저로부터 1만 미터 높이의 산
마우나케아(Mauna Kea)에 올라가기 앞서
저녁꺼리를 챙기기로 했다.
알리드라이브에 있는 작은 식당에서 참치 포케를 테이크아웃
빅 아일랜드, 하와이 섬에는 두 개의 큰 산이 있다.
남부에 있는 마우나 로아(Mauna Loa)와
북부에 있는 마우나 케아
이렇게 커다란 산들 그리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태평양 때문에
지역별로 정말 다양한 기후가 나타나고 온갖 작물이 재배된다고 한다.
(이것도 커피농장의 투어가이드가 해준 설명이다!)
정말 그래서인지 80km 되는 마우나케아까지의 도로풍경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게 되었다.
다 도착할때쯤 되서는 마우나 케아의 만년설이 눈에 들어왔고
산의 입구에서, 다양한 나라의 국기들이 펄럭이는 곳은
히말라야의 베이스캠프를 연상시킨다.
이 곳에서 4륜구동 자동차만 진입가능한 비포장도로가 시작된다.
렌트하느라 고생도 꽤나 했고 비용도 적잖게 들었던 4륜구동 SUV 타호(Tahoe)는
오프로드를 힘있게 오르며 제성능을 발휘한다.
굽이굽이 비포장도로를 올라가다 보면 다시 포장도로가 나오고
방문자센터를 지나친다.
높은 고도때문에 산소가 부족해 머리가 띵한 기분이 들지만
그렇게 심각한 정도는 아니였다.
한참을 더 올라가다보면 어느새 눈 덮인 산 사이를 지나가고 있고
지구에서 가장 별을 관측하기 좋다는 마우나 케아 천체관측단지의
전경이 속속 들어난다.
산 정상의 추위, 방문자 센터에서 장갑을 끼고 있는 사람들을 지나치면서
유난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영하에 가까운 기온이였다.ㄷㄷ
하지만 영하에 가까온 기온에서도 우리 가족은
"인생샷"을 건지기 위해 팔짝팔짝 뛰어다녔다.
구름 위, 아무것도 없는 깨끗한 청정대기속에서
태양이 지면서 만들어내는 붉은 빛 노을과 산의 조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색을 띤 하늘을 보며
작은 휴대폰 카메라가 아쉬울 뿐이였다.
(많은 사람들이 대포카메라에 삼각대까지 동원하며 사진 촬영을 하더라...)
그리고 아까 식당에서 사온 포케
많은 블로거들이 여기에서 먹는 컵라면이 제맛이라고들 했지만
포케 또한 든든한 저녁으로 강력 추천할 만하다.
도시락처럼 하나의 접시에 포장되어 나와 보관하기도 쉽고
차 안에서 일몰을 구경하며 까먹기 딱 좋다.
해가 지고 나면 관리차량이 돌면서 관광객 차량들을 모두 내려보낸다.
아마 차량 헤드라이트가 천체 관측에 방해가 되서가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방문자 센터 부근 주차장 우리가 도착했을 때에는
캄캄한 주차장에 이미 차와 사람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동서남북을 가리지 않고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들을 구경한다.
고등학교 때 천체관측동아리에서 활동했던 실력을 총동원해
비록 휴대폰 카메라지만 삼각대를 이용해
한 장의 사진을 건지기 위해 시간가는줄 모르고
밤하늘을 담아본다.
마우나 케아에서 힐로(Hilo)로 가는 길
안개가 자욱한 밤길을 뚫고
파호라(Pahoa)에 예약한 두번째 에어비앤비 숙소에 무사히 도착했다.
어둠 속에서 불을 켜놓은 2층짜리 커다란 단독주택이
우리 가족을 기다리고 있었다.
집안에 들어서니 우릴 위한 웰컴메시지 (예약자의 이름이 적힌)
과일, 와인, 초콜릿, 아침거리 등등
세심하게 많은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DAY 3.
빅아일랜드의 동쪽 힐로에서 보내는
하루일정의 시작이다.
마우나 케아를 오르기 위해 빌렸던 4륜 구동 SUV 타호는
렌트비용이 만만치 않아 비용절감을 위해 아침 일찍 힐로 공항으로 나가
타호를 반납하고 닷지(Dodge) 밴으로 바꾸었다.
이 때 큰 문제가 생길뻔 했는데 우리가 타던 타호의 라디에이터그릴에
구멍이 뚫려있었고 렌트카 업체에서는 이것이 우리가
차를 파손시킨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
굉장히 난감한 상황에서 나는 내가 코나공항에서 차를 빌렸을때
차가 멋져서 찍어놨던 사진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했고
갤러리를 뒤져 사진을 찾아낸 후 직원에게 보여줘
파손이 이미 렌트시점에도 있었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랬더니 직원이 "Customer has a picture"라고 서류에 쓰더라 :)
정말 다행이였고 크게 한 건 한 것 같아 기분 좋았다. ㅎㅎ
그래서 다음에 빌린 닷지 밴은 조그마한 기스까지 다 찍어놓고 출발했다는...
코나가 사막과 같은 건조한 기후였다면
마우나 케아 반대편인 힐로는 열대우림과 같은 기후를 보인다.
아카카 폭포(Akaka Falls)로 들어가는 울창한 산림 속으로 이어진 트레킹 코스는
가벼운 산책코스로 안성맞춤이다.
아침에 가서 덥지도 않고 쾌적한 트레킹을 할 수 있었다.
3, 40분 쯤 걸어들어가면 보이는 아카카 폭포
50미터는 족히 넘어보이는 물줄기가 수직으로 내려꽃히는 모습이 장관이다.
주차장에서도 아카카 폭포가 보이는데
이는 아카카 폭포의 윗부분 절반 밖에 안보이는 것으로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걸어들어갔을 때 비로소 폭포의 웅장한 자태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아카아 폭포 주립공원에서 힐로로 돌아오는 길,
국도를 벗어나 Scenic Road로 접어들었다.
(렌트카의 장점! 가고 싶은 곳 다 가볼 수 있다.)
커다란 식물원과 바다에 인접한 트레일(제주도의 올레길 느낌)이 있었다.
수시로 차에서 내려 하와이의 자연환경을 만끽했다.
오후에는 빅 아일랜드 남부
화산 국립공원 (Volcano National Park)를 둘러보는 일정이다.
아침부터 비가 와서 걱정을 조금했지만
다행이 점심을 먹는 동안 날씨가 화창히 개였다.
화산 입구에 있는 관광 안내소 (Kilauea Visitor Center)에 들러
관광코스에 대한 안내원의 추천을 받았다.
우리의 경우 3시간 정도 둘러볼 생각이라고 하니
가볼만한 곳을 콕콕 찝어준다.
거의 일주일 내내 이 화산만 구경할 수 있을 정도의 스케일이다.
빅아일랜드는 화산섬으로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마그마가 흘러내리던 활화산이었기에
화산의 흔적을 생생히 볼 수 있다.
(지금도 유황가스 때문에 지정된 트레일 이상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꼭 불이 난 것 처럼 땅속에서 올라오는 증기,
핵폭발이라도 있었던 것 같이 거대한 분화구
앞뒤 양옆을 뒤덮은 검정색으로 굳은 마그마
그리고 그 속에서 싹을 틔운 작은 식물들...
도저히 지구의 스케일이라고 할 수 없는 자연경관들이
화산을 돌아다니는 내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이 인상깊었다.
화산분화구 주위를 돌아보는 Crater Rim Drive와
마그마가 흘러내렸던 흔적을 따라 내려가는
Chain of Craters Road를 따라 바다 쪽으로 내려가는 동안
포인트별로 색다른 뷰가 펼쳐지고
그럴때마다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었다.
관광안내소에서 이야기해준 마지막 포인트에 도착하니
해가 늬엿늬엿지고 있었고 Chain of Craters Road의 반쯤 내려왔지만
그래도 내려온 김에 끝을 보자는 생각에
바다까지 단숨에 내려갔다.
마그마 바다로 흘러들어간 곳,
마그마의 넓이가 8km 정도 라고 한다.
끝도 없이 이어진 깍아지른 듯한 절벽
그리고 절벽을 부술듯 쳐대는 파도가 만드는 절경에
넋을 놓고 구경하다 바닷물을 흠뻑 뒤집어 쓰고 말았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
오후 내내 걷고 사진찍느라 뛰어다녀서
국립공원 근처의 식당에서 양고기 스테이크. 생선요리, 치킨요리를 먹었다.
상당히 외진 곳인데도 사람이 북적였고
오랜 기다림 끝에 받은 음식은 다행히도 입맛에 맞았다.
(안맞았으면 짜증났을 정도로 오래 기다렸다.)
DAY4.
다음날, 힐로공항에서 다시 호놀룰루가 있는
오아후 (O'ahu) 섬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빅아일랜드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했다.
코나커피농장, 마우나케아, 킬라우에아 화산 등
하와이의 대자연을 느껴보고 나니
빅아일랜드에 와보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된다.
하와이에 다녀온 사람들이 흔히 하와이를
미국의 제주도, 어쩌면 부산 해운대만도 못하다,
멋진 해변이 있는 섬 정도로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빅아일랜드를 경험해본다면 이런 말은 쏙 들어가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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